창조론과 진화론의 철학

앞서의 글에서 저는 성경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관해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적어도 성경은 과학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기록 이면에 드러나 있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과학 지식을 성경에 대입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외면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 세상과 소통하는데 있어, 처음부터 막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또 다른 한편으로 과학적 지식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잘 설명해 낼 수는 있겠지만,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나는 그 신비한 과정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과도한 과학적 사고는 자칫 이 세상의 생명을 유전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기계적인 사고 방식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기도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창조론이 맞는가, 진화론이 맞는가하는 논쟁보다 각 사고방식이 함축하고 있는 근본적인 “철학”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창조론을 주장하는 사고방식의 이면에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경향성이 나타납니다. 이는 때로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부정하기도 하며, 근본주의에서 비롯된 과도한 폭력성을 말씀을 통해(예. 구약의 멸절 사상)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성경의 이야기는 그 나름대로의 맥락과 당대의 역사적 현실이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현실에 적용하려 한다면 세상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우리는 앞서 언급한대로 극단적인 진화론적 사고 방식을 경계해야 합니다. 진화론적 사고에서 강조하는 “유전자” 분석은 어떤 면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주체성보다는, 이미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대로 사고하고 행동하게 한다는 기계적인 인간관을 초래했습니다. 따라서 우월한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관을 만들어낼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과학 철학자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인간에 관해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The argument of this book is that we, and all other animals, are machines created by our genes.
이 책에서 주장하려는 것은 우리와 모든 다른 동물들은 우리의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라는 것입니다.

Richard Dawkins, The Selfish Gene, p.2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것은 현상이 맞느냐 아니냐 보다는, 그 현상을 통해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얻어낼 수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극단적인 진화론자들은 이 세상의 신비한 생명의 현상 가운데에서 기계적인 인간관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성경은 그 생명의 현상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삶의 본질과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들려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 인간이 기계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누가 보다 우월하고,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아래와 같이 담담하게 우리의 삶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26-27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